獻詩 모윤숙 박꽃으로 마을길이 눈부신 밤. 하얀 몸매로 태어나신 이여! 조용한 걸음을 옮기시어 우리 서로 만나던 그때부터 당신을 고운 아씨로 맞이했습니다. 연한 비둘기의 음성으로, 오고 가는 이웃들을 돌보아 고매한 치마결로 알뜰히 보살폈듯이 흰 샘물의 미소로 이 땅의 갈증을 풀어주고 길 잃은 노인들과 상처입은 군인들 놀이터가 없는 어린이를 껴안아 그 생은 보람차고, 또 벅찼습니다. 때로는 8월의 포도송이들과 장미와 난초들의 향기로 이룬 즐거운 모임의 안내자 주인으로 임하여 부덕과 모성의 거울이 되시었거니 당신의 장미는 아직 시들지 않았고 뽕을 따서 담으시던 광우리는 거기 있는데 저기 헐벗은 고아들과 의로운 사람들이 당신의 어루만짐을 기다려 서 있거늘 그 수고의 나날은 아직도 남아 복된 땅을 가꾸기 위해 손짓하고 있는데 나무 뿌리를 감싸며 꽃씨를 심으며 같이 걸어가시자 약속하시고, 이 어인 일이옵니까? 그날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그 목소리는 침묵으로 화해 버리셨으니 어느 시간의 바퀴에 눌려 이름모를 하늘로 옮기어 가셨나이까? 바람을 찢던 어느 모진 손길이 그 치맛자락을 휘감아 갔나이까? 홀연 8월의 태양과 함께 먹구름에 숨어 버리신 날 하늘과 땅으로 당신을 찾았습니다 우리 한 목소리되어 당신을 불렀습니다. 쓰린 상처와 오한에 쫓기는 당신을 구하려 검은 숲을 헤맸습니다. 우아하신 이여! 그처럼 상냥했던 이여! 아주 떠나가셔야 합니까? 우리를 떠나. 사무쳐 그리운 여인이시여! 돌아서 이 생을 끝내고 가시는 길. 이토록 다 버리고 가시는 길에 비옵니다. 꽃보라로 날리신 영이시여! 저 먼 신의 강가에 흰 새로 날으시어 수호하소서, 이 조국 이 겨레를! (故 육영수여사의 墓所에 새겨진 碑文) 어리석은 백성을 향한 한 걸음 걸음이 그것을 빙자해 결단코 자신의 화려함으로 덧칠하고자 하는 모습없었고 순박한 군상들을 향해 따사로운 손길로 보듬으며 우직한 지아비의 그림자이고자 하셨던....
곧은 것이 구부러지고, 구부러진 것이 곧은 것처럼 판단되어지는 세태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은 있지만 참으로 흠모할 만한 분이 없는 이 시대에, 8월이면 생각나는 한 분이 있어 옮겨봅니다. 혹자는 "당신의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라고 할 지라도 잠잠하고픈... 평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