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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시간 / 도종환
작은둥지
2006. 11. 1. 11:08

종례시간 / 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주던 나무들
한번씩 안아주고 가거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해 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그려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고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책 속 이론에만 밝지 말고
이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눈으로 듣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봄에는 들녘으로
봄나물을 캐러 나가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Do It Again / Steely Dan